문서의 임의 삭제는 제재 대상으로, 문서를 삭제하려면 삭제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문서 보기문서 삭제토론 동토의 여명/에피소드 가이드/1부 1장 (문단 편집) == {{{#SKYBLUE 12. 제압}}} == "이거라면 가능해요." 다이라의 말에 리아와 아밈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그녀에게 집중한다. 다이라, 외투의 뒷자락을 펄럭이며 허리춤에 맨 무언가를 뽑는다. "이것이 바로!!!" "아밈님, 물러서십쇼! 다이라! 네가 드디어 본색을.." 병사, 재빠르게 칼을 뽑아 아밈을 보호한다. 표정을 보아, 놀란 것은 아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병사는 모르는 걸까? 다이라는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님을 위한," 척, 두꺼운 나무 막대 두 개가 땅바닥을 찍는다. 이것이 무엇인가 하면.. "특제 젓가락!!!" "저, 젓가락?" 다이라는 제 허리까지 오는 특제 젓가락을 가지고 와서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짓는다. 흑칠 같은 다이라의 머릿결과 품큰 외투 뒷자락이 폼나게 휘날린다. "이거라면 충분히 드시게 할 수 있어요!" 가만히 앉아서 모든 상황을 듣고 있던 아주는 생각한다. '신나서 간 게 젓가락 때문이었다니.. 정말 감당 안 되는군..' 한편, 소동 아닌 소동에, 걸음나무 해체작업에 동원된 다른 선비들에게도 그 소리가 닿았는가보다. "무슨 일이래?" "궁에서 아주님 드실 특찬을 내려보냈다나 봐" 한참 도끼질 중이던 한 선비, 턱 하고 도끼날을 꽂는다. "거, 일할 맛 안 나게 하네. 누구 입은 입이고 누구 입은 주둥이란 말야?" 선비는 동료 옆에 붙어 성을 낸다. "귀천[* 신분이나 일 따위의 귀함과 천함]없이 누구나 선인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게 비자수리 아녔어?" "이 사람 딴 세상 살다 왔나, 먹는 거엔 민감해서.. 누구나 받아 주고 차별없이 대해 주던 그런 세상이 아니야 지금은" 선비들은 신세를 한탄한다. "뭐 좀 있는 것들은 서너 해 있다 으뜸선비입네 하면서 군대도 안 가~ 농사도 안 지어~ 여간하지 않음 선비도 나발이고 겁이나 때려 잡는 게 고작이라구" "그래도 아주님은 그런 오물통들관 다르지." "그럼 그럼.." 선비들은 걸음나무서 나온 잔가지를 지게에 싣는다. "다르긴 겁뿔? 다른데 호위무사가 따로 있고 밥이 따로 나오나? 설령 다르다 해도 똥 치우는 놈보다 싸는 놈이 많은 건 사실이잖나!" 선비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걸음나무에 마구 도끼질을 해댄다. "세상이 망하려니까 이런 것들이 튀어나오는 게지. 이놈의 것은 또 왜 이리 질긴 거야" "엔간히 하시게, 믿을 거라곤 몸뚱이 뿐인데 그러다 다치기라도.." "신경 끄시오! 상해도 내 몸이고 성해도 내 몸이니!" 선비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동료의 말에도 예민해진다. "에잇, 빌어먹을 놈의 세상! 그냥 콱 망해버리라지!!" 선비가 퍽, 도끼질을 하는 그 순간, 아주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이, 이 녀석의 얼[* 혼, 정신]이!!' 츠즈즈즈즈. 안 그래도 콩알만한 얼이 점점 쪼그라들더니.. '사라졌어!' 쿵, 묵직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바, 방금 뭔가.." 작업하던 선비들도 소리를 듣고는 이상함을 느끼나, 갑자기 찾아온 커다란 울림은 미처 피하지 못한다. ||<#ffffff> [[파일:밧줄꾸드드득타앙탕탕탕.jpg]] || 곧이어 끊어지는 밧줄들.. 아밈은 소스라치게 놀라고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걸음나무의 꼭대기로 뛰어든다. 아주가 있는 바로 그곳으로. "아버지!!" "자릴 거두거라! 더 이상 푸른불은 무의미하니.." 뒤이어, 한 선비가 아밈의 앞에 나타난다. 빨간 바탕에 검은 문양이 새겨져 있고, 두 뿔이 달린 탈을 썼다. "아밈님,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분부를.." "진행하시게!" 아밈의 지시에, 선비는 작은 피리를 꺼내 신호한다. 피리의 가녀리고 맑은 소리가 퍼진다. 목재 기중기들은 일제히 움직여, 커다란 나무 상자들을 걸음나무 머리 위에 드리운다. 꾸득, 활시위는 당겨진다. 힘차게 뻗어나가는 화살. 화살은 정확하게 기중기의 밧줄을 끊는다. 그 덕에, 고정되어 있던 나무 상자의 아랫뚜껑이 열리며 안에 있던 항아리가 챙그랑, 산산조각이 난다. 항아리 안에 들어 있던 끈적이는 액체가 걸음나무의 몸뚱아리를 흠뻑 적신다. 연이어 나타나는 선비들. 방금 전 그 선비와 같은, 붉은 탈을 쓰고 있다. 선비들은 검지와 중지를 펴서 미간 앞에 갖다대고, 선힘을 모으더니 땅바닥에 그대로 내리꽂는다. 그리고, 선비들의 손끝에서 솟아나는 거센 물줄기! 솟아난 물줄기는 걸음나무와 사람들 사이를 가로막는 늪이 된다. "내 그대의 고통을 끝내드리리다." 아밈은 자세를 낮추고 두 손을 땅바닥에 짚는다. 그러자 장엄한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른 듯 걸음나무에게만 푸른불이 내려온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걸음나무에 불이 붙어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다. 아밈은 활활 타오르는 걸음나무를 지켜본다. ||<#ffffff> [[파일:걸음나무화르륵.jpg]] || ".. 편히 가시구려.." 같은 시간, 성벽 위에서 전투 태세를 유지 중이던 병사들. 그들도 불타는 걸음나무를 보며 한마디씩 나눈다. "울뱀장어 기름에 늪이라.. 겁두령도 이젠 진짜 끝이로군" "완전히 잿더미가 되기 전까진 끝난 게 아니다! 다들 긴장 놓지 말라구!" "넵, 알겠습니다!" 병사의 목소리는 우렁차다. 그런데.. 저 위에 저건 무언가? 길게 땋은 머리는 노랗고.. 낯선 옷차림에.. 짙은 피부색.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낯선 이방인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안정적으로 착지해, 병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킥킥.." 연두빛 눈동자를 번뜩이며, 그는 섬뜩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곧 이곳 나르골에 닥칠 재앙을 예고하는 것처럼.저장 버튼을 클릭하면 당신이 기여한 내용을 CC-BY-NC-SA 2.0 KR으로 배포하고,기여한 문서에 대한 하이퍼링크나 URL을 이용하여 저작자 표시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입니다.이 동의는 철회할 수 없습니다.캡챠저장미리보기